이직 공백 두 달, 4인 가족 외벌이가 마이너스를 버틴 방법과 후회한 것
월급이 1~2달 끊기자 생활비 300만 원 이상이 그대로 빠져나갔습니다. 퇴직금은 IRP에 묶였고, 결국 예금부터 달러까지 다 팔았던 기록입니다.
퇴사하고 새 회사에 들어가기까지 월급이 없던 기간은 한두 달 정도였습니다. 길지 않다고 생각했어요. 퇴직금도 있고, 모아둔 돈도 있었으니까요.
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니 그 짧은 기간이 지금까지 겪은 돈 문제 중 가장 숨이 막혔습니다. 4인 가족 외벌이라 제 월급이 멈추면 집 전체의 수입이 0이 되거든요. 이 글은 그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고, 무엇을 팔았고, 지금 돌아보면 무엇을 미리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.
핵심 요약
- 월급은 멈춰도 교육비, 관리비,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한 달도 멈추지 않는다
- 퇴직금은 IRP로 들어가서 생활비로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
- 결국 예금, 적금, 주식, 금, 달러까지 전부 팔아서 메웠고, 달러는 손해를 보고 팔았다
- 공백기 대비는 “얼마를 모았나”보다 “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가”가 중요했다
월급이 멈춰도 줄지 않는 돈
우리 집 기본 생활비는 한 달에 300만 원이 넘습니다. 그중 상당 부분은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돈이었어요.
| 항목 | 공백기에 줄일 수 있었나 |
|---|---|
| 아이들 교육비 | 거의 불가능. 아이들 일정을 갑자기 바꿀 수 없었다 |
| 아파트 관리비 | 불가능 |
| 주택담보대출 상환 | 불가능. 밀리면 더 큰 문제가 된다 |
| 식비, 생활용품 | 조금 줄였지만 4인 가족이라 한계가 있었다 |
회사를 다닐 때는 월급날 들어오고 며칠 사이에 빠져나가니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돈들입니다. 그런데 들어오는 돈이 0이 되니까 이 고정비가 통장 잔고를 그대로 깎아 먹는 게 눈에 보였어요. 한두 달이면 600만 원 이상이 아무것도 안 해도 사라지는 셈이었습니다.
퇴직금이 있는데 왜 못 썼을까
처음에는 퇴직금으로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퇴직금은 IRP(개인형 퇴직연금) 계좌로 들어왔어요.
55세 미만은 퇴직금을 원칙적으로 IRP 계좌로 받게 되어 있습니다. IRP에 들어간 퇴직금은 일반 통장처럼 일부만 꺼내 쓸 수가 없어요.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6개월 이상 요양 같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인출이 안 되고, 결국 계좌를 통째로 해지해야 합니다. 해지하면 미뤄뒀던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고,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의 세금 혜택도 사라집니다. (2026년 10월 기준이며, 정확한 조건은 IRP를 개설한 금융회사에 확인하세요.)
생활비 몇 달 치 때문에 노후 자금과 세금 혜택을 함께 깨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고, 퇴직금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. 지금 생각해도 이 결정은 잘했다고 생각해요. 다만 “퇴직금이 있으니 괜찮다”는 생각으로 공백기를 계산했던 건 완전히 틀린 계산이었습니다.
그래서 팔았던 것들
결국 생활비는 그동안 모아둔 자산을 하나씩 정리해서 메웠습니다.
- 예금: 만기 전에 깨서 약속된 이자를 다 받지 못했다
- 적금: 마찬가지로 중도해지
- 주식: 수익 구간이라 손해는 없었지만, 더 들고 갈 생각이던 종목까지 팔았다
- 금: 역시 수익 구간에서 정리
- 달러: 환율이 내가 산 가격보다 낮았는데도 팔았다. 유일하게 확실한 손해를 본 자산
다행히 대부분은 수익이 난 상태였습니다. 그런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었어요. 오래 들고 가려고 계획했던 자산을 “지금 현금이 필요하다”는 이유 하나로 정리한 거니까요. 특히 달러는 시점을 고를 수 없어서 손해를 보고 판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.
돌아보면 문제는 자산이 없었던 게 아니라, 바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형태의 돈이 따로 없었던 것이었습니다. 투자 자산은 팔 시점을 내가 고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데, 공백기에는 그 선택권이 없어집니다.
다시 공백기가 온다면 미리 할 것
이 일을 겪고 나서 돈을 보는 기준이 몇 가지 바뀌었습니다.
비상 현금을 투자와 완전히 분리한다. 가격이 오르내리지 않고, 해지해도 손해가 거의 없는 곳에 생활비 몇 달 치를 따로 둡니다. 이 돈은 수익을 기대하는 돈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.
고정비를 따로 계산해 둔다. “한 달 생활비”가 아니라 “월급이 0이어도 나가는 돈”이 얼마인지 알고 있어야 공백기를 몇 달 버틸 수 있는지 계산이 됩니다. 우리 집은 그게 300만 원이 넘었고요.
팔 순서를 미리 정해둔다. 급할 때는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팔게 됩니다.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도 되는 것, 절대 팔지 않을 것을 평소에 정해두면 덜 흔들릴 것 같아요.
이직은 준비가 끝난 뒤에 움직인다.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, 그 기간을 버틸 현금이 먼저 확보돼 있어야 합니다.
월급 외의 현금 흐름을 조금이라도 만든다. 외벌이 가정에서 월급 하나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춥니다. 배당이든 부업이든 금액이 작더라도 월급과 상관없이 들어오는 돈이 있으면 마음이 달라질 것 같아서,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.
정리
이직 사이 한두 달 공백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지만, 외벌이 가정에는 생각보다 큰 충격입니다. 저처럼 “모아둔 게 있으니 괜찮겠지” 하고 넘어가지 말고, 지금 우리 집 고정비가 얼마인지, 그리고 그만큼을 손해 없이 바로 꺼낼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한 번 확인해 보세요.
다음 글에서는 공백기에 생각지 못하게 나가는 돈(건강보험, 국민연금 등)과, 비상금을 몇 달 치나 어디에 두는 게 좋은지 정리해 보겠습니다.